책소개
앙드레 지드는 기독교라는 종교의 문제와 자아 발견이라는 현대 지식인의 고민을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통해 치밀하게 다룬다.
장님 소녀를 뜻하지 않게 맡게 되자 하나님의 소명으로 인식하고 열의를 다해 키우는 목사는, 순수한 영혼의 발전 과정을 함께하면서 내면에서 피그말리온의 사랑이 자라게 된다. 한편, 장님 소녀는 무지와 본능의 어두운 혼돈의 세계에서 깊은 우물 속에 드리워진 한 가닥의 밧줄을 타고 조화와 사랑이 충만한 빛의 세계로 깨어난다. 동시에, 새가 알에서 깨어나 처음 대면하는 존재를 어미로 인식하고 무한한 사랑을 느끼듯, 목사에 대한 사랑을 느낀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는, 소통의 단절을 통해 자신을 부각시키는 목사의 아내, 젊음과 이성으로 무장한 아들까지 네 사람이 만드는 이중적 삼각관계가 장님 소녀의 개안수술을 계기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제르트뤼드의 개안수술을 기점으로 작품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불길한 결말을 예감하듯, 목사는 제르트뤼드를 로잔으로 보내기 전에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에서, 그녀가 육신의 눈을 뜨지만 자신의 영의 눈을 거두어 가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과연 창조주 하나님이 처음 창조하신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인간의 욕심인가? 대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 놓는다.
200자평
장님 소녀를 두고 일어나는 종교적 고민과 갈등 양상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 기독교의 틀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이 세기를 넘어 지금도 다양하게 해석된다. 신앙심과 세속적 감정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다양한 상징을 통해 드러내 주어 많은 논쟁거리를 남겼다. 현대 프랑스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친 앙드레 지드의 대표작 중 하나.
지은이
앙드레 지드는 1869년 11월 22일 파리 법과대학 교수로 청교도였던 아버지와 가톨릭에서 청교도로 개종한 집안 출신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부터 엄격한 청교도 교율을 강조하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1891년 사촌 누이 마들렌 롱도에게 청혼했지만 거부당하고 그녀에 대한 열띤 사랑을 담은 처녀작 ≪앙드레 왈테르의 수기≫를 발표했다. 그러고 나서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가 이끄는 ‘화요 모임’에 가입하여 예술가들과 친교를 쌓기 시작했다. 1893년에 떠난 아프리카 여행은 엄격한 기독교적 윤리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이 경험은 그의 인생과 작품에 새로운 양상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1895년 어머니가 사망하고 몇 개월 뒤 사촌 누이 마들렌 롱도와 결혼했다. 1896년 노르망디 라로크 자치구의 시장으로 당선되었고, 1908년 문학평론지 ≪누벨 르뷔 프랑세즈≫를 창간하여 20세기 프랑스 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1938년 오랜 별거와 재결합을 거치며 애증의 관계를 지속하던 아내가 사망했다. 1947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951년 파리 바노가의 자택에서 83세로 사망했고, 노르망디 퀴베르빌에 있는 아내 곁에 묻혔다. 대표 작품으로는 ≪나르시스론≫(1893), ≪지상의 양식≫(1897), ≪교황청의 지하실≫(1914), ≪전원 교향곡≫(1919), ≪사전꾼들≫(1926), ≪콩고 여행기≫(1927) 등 다수가 있다.
옮긴이
황원미는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치고, 프랑스 파리 제4대학 불어과에서 <프랑스어와 한국어의 감탄 연구-통사 의미론적 고찰>이라는 논문으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현재 인천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역서로는 ≪언어학 이해를 위한 주제 100선≫(공역)이 있고, 논문은 <프랑스어 과거시제의 한국어 번역에 관한 연구-소설 ≪이방인≫을 중심으로>가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첫 번째 노트
두 번째 노트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제약은 율법이 아니라 사랑으로 규정해야 한다.
정말이지 저는 한낮이 그토록 밝고 대기가 그토록 반짝이며 빛날 줄을, 하늘이 그토록 드넓을 줄을 미처 상상하지 못했어요. 그러나 저는 인간들의 이마에 그토록 근심이 가득할 거라고도 상상하지 못했어요.